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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 곳, 것, 사람~

  • 2025. 3. 26.

    by. U1st?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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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동. 도시의 북쪽, 성곽길이 이어지는 조용한 동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하나 나타납니다. 붉은 기와와 고요한 풍경, 그리고 기묘한 평온함을 자아내는 이곳. 바로 ‘길상사(吉祥寺)’입니다.

      하지만 이 절은 단순히 조용한 사찰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한때 서울에서 가장 유명했던 고급 요정 ‘대원각’이었고,
      그것을 통째로 부처님께 바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사랑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죠.

      오늘은 사랑과 수행, 그리고 비움의 철학이 녹아든 성북동 ‘길상사’의 이야기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성북구 '길상사', 사랑과 수행이 만만 특별한 절 이야기


      🌸 요정에서 사찰로 – 대원각 김영한과 법정 스님의 인연

      길상사의 전신은 '대원각'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급 요정이었습니다.
      소유자는 김영한(법명 길상화)이라는 여성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현대까지 격동의 시간을 살아낸 인물이죠.

      김영한은 문학평론가 김환태의 딸이자, 서울사대 출신의 지식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엔 시인 백석과의 애절한 사랑으로도 유명했는데, 백석은 김영한을 위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썼다는 설도 있을 만큼 깊은 인연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녀는 이후 수십 년간 대원각을 운영하며 재산을 모았고, 말년에 이르러 돌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법정 스님에게 사찰로 써달라며 땅과 건물 전체를 기증합니다.

      이때의 땅값은 무려 1,000억 원에 달했다고 전해지죠.
      법정 스님은 처음엔 그 제안을 거절했지만, 김영한의 진심에 감동해 수년 후 결국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사찰을 열게 됩니다.


      🏛️ 길상사의 현재 – 고요하지만 살아있는 절

      길상사는 1997년 정식으로 대중에게 개방되었으며, 현재는 조계종에 소속된 사찰로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일반 사찰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불필요한 장식도, 상업적인 요소도 없고, 사찰임에도 '절 냄새'가 나지 않는 절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길상사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절 내부에는 법정 스님의 친필 휘호가 걸려 있고, 한적한 정원과 연못, 그리고 소박한 법당이 어우러져 독특한 고요함을 자아냅니다.


      구분 정보
      위치 서울특별시 성북구 선잠로 5길 68
      운영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
      입장료 없음
      개방 시간 오전 9시 ~ 오후 5시 (동절기 변동)
      주요 볼거리 법정 스님 유품관, 대원각 터, 고요한 정원, 길상화 여사 비석
      추천 방문 시기 봄철 벚꽃 시즌, 가을 단풍 시즌

       


      🍂 길상사의 아름다운 사계절

      길상사는 계절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 에는 벚꽃과 목련이 사찰 마당을 환하게 밝히고
      • 여름에는 연못의 연꽃과 푸른 이파리가 마음을 정화하며
      • 가을엔 단풍이 조용한 색채의 향연을 펼치고
      • 겨울엔 눈 내린 법당과 고요한 적막이 세상의 소음을 막아줍니다

      특히 벚꽃 시즌과 단풍 시즌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사진을 남기러, 또는 명상하러 이곳을 찾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지보다는 ‘머무는 공간’에 더 가까운 길상사.
      그 고요함 속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진짜 쉼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 길상사에 흐르다

      법정 스님은 생전 출판된 책으로도 유명하지만, 길상사를 통해 그 철학을 더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가 강조했던 ‘비움의 철학’, ‘탐하지 않음’, **‘있는 그대로의 삶’**은 길상사의 구조와 운영방식, 공간 구성 전체에 깃들어 있습니다.

      • 사찰 내부에는 기도비용이나 기부를 강요하는 안내문이 없습니다.
      • 법당엔 등이나 위패도 많지 않으며, 조용히 앉아만 있어도 좋습니다.
      • 입장객을 위한 상업시설도 거의 없으며, 기념품도 거의 판매하지 않습니다.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길상사에는 스님의 사리탑도, 묘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빈자리가 더 많은 말을 해주는 것처럼 느껴지죠.


      🧘 길상사에서 할 수 있는 일

      길상사는 단순히 둘러보는 공간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소소한 경험들을 소개할게요.

      체험 내용
      마음 산책 정원과 연못을 따라 조용히 산책하며 명상
      법정 스님 유품 보기 생전 쓰던 붓, 의복, 책 등을 전시한 공간
      글귀 필사 '무소유' 일부 구절을 따라 쓰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
      고요한 독서 방문객들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쉼터 공간 운영 중
      봉사 및 템플스테이 사전 신청 시 봉사활동, 간단한 수행 프로그램도 가능

      🚶 길상사 주변 산책 코스

      길상사를 방문하셨다면 근처의 명소들도 함께 들러보세요.
      성북동은 서울에서도 유난히 문화적 결이 깊은 동네로 유명합니다.

       장소 설명
      성북동 누에정원 생태 정원과 양잠 체험 공간, 가족 단위 추천
      선잠단 조선 왕실이 양잠을 기원하던 제단, 도보 10분
      성북동 북정마을 한옥과 아틀리에가 어우러진 감성 골목
      한양도성 성곽길 북악산 구간 산책로, 풍경 좋고 조용함

      ✅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 서울에서 한적하고 의미 있는 산책 공간을 찾는 분
      • 법정 스님 철학이나 '무소유'에 관심 있는 분
      • 조용한 장소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분
      •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거나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분
      • 성북구 문화 탐방을 계획 중인 블로거, 여행자, 가족 단위 방문객

      💬 마무리하며 – 길상사, 조용한 기적이 머무는 곳

      누군가는 사랑을 내려놓았고,
      누군가는 삶을 비웠으며,
      또 누군가는 그 자리에 의미를 남겼습니다.

      길상사는 그런 이야기들이 조용히 스며 있는 사찰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진짜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던 비움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잠시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고 싶을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고 싶을 때,
      길상사에 한 번 들러보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곳이,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기적을 남겨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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